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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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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716g | 152*225*30mm |
ISBN13 | 9791165217228 |
ISBN10 | 1165217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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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확률을 낮추려고 노력한다면 적응력이 더 개선될 뿐만 아니라 향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평범한 투자자들을 훨씬 더 능가하게 된다! 실수 확률만 낮춰도 가능한 일이다." -- '투자의 배신'中
증권 회사같은 곳에서 가끔씩 개최하는 투자 대회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회에 참여 해서 한 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수익률을 0으로 놔두면 중위권 이상의 순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이 수익률을 얻으려고 열심히 매매하면 그 중 반 이상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때문에 매매를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 이상의 성적으로 랭크될 수 있다는 것이다.('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충고가 완전히 헛말은 아니라는 사실. -_-ㅋ)
물론 개최하는 쪽에서는 이렇게 하면 대회의 취지에 어긋 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내에서는 반드시 매매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서 매매를 하지 않은 채 대회를 끝낼 수는 없다.
여튼 주식 시장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기대나 희망과는 상관없이 반직관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이렇게 반직관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품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과 통념들을 모아서 하나 씩 깨뜨리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일전에 국내에 번역 출판된 '주식 시장의 17가지 미신'(The Little Book of Market Myths)과 동일한 구성이고 내용들도 몇 가지 씩은 겹치고 있다. 원서의 출판 년도를 확인 해 보니 '주식 시장의 17가지 미신'은 2013년도 이고 이 책 '투자의 배신'(Debunkery)은 2010년도 이다.
즉, 국내에서 출판된 순서와는 반대로 이러한 구성으로는 이 책이 먼저 출판되었고 이 후 '주식 시장의 17가지 미신'은 같은 주제와 몇 가지 새로운 주제들을 엮어서 출판된 듯 하다.
그러나 내용 상 '주식 시장의 17가지 미신'은 17가지 통념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50가지를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이 더 풍부하다.
몇몇 아이템들이 겹치긴 하지만 또 각각 새로운 내용들도 있기 때문에 투자의 실수를 최대한 줄인다는 의미에서 두 책을 다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이전 '주식 시장의 17가지 미신'에 대한 서평에서 언급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엔 좀더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선 이 책은 어느 투자자들에게 의미가 있을까?
시장에서는 온갖 여러 부류의 플레이어들이 뛰고 있다. 큰 범주로 개미나 기관, 외국인들이 있겠지만 그들 중에는 스켈퍼나 데이트레이딩과 같은 단타쟁이들, 스윙 매매, 추세추종자, 가치투자 등등 (이외에도 딱히 투자 스타일이 없는 뇌동 매매자나 '친구 따라 강남 가는' 투자자, 자칭 주식 전문가들을 따라다니는 신도들도 아주 많다. 이들은 그냥 다 통틀어 '호구'라고 분류하자.) 으로 나뉠 수 있다.
이 모든 투자자들에게 모두 맞는 투자 전략은 없듯이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책이란 있을 수 없다.
켄 피셔옹은 이 책에서 어느 투자자를 대상으로 썼는지 명확하게 특정하진 않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어떤 부류의 투자자들을 염두에 뒀는지 대충 감이 잡힌다.
이 책에서 삼고 있는 투자의 지평은 아주 길다. 펀드나 시장을 3~5년 단위로 바꾸지 말라는 것을 보면 적어도 10년, 20년을 투자 지평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종목에 자산의 5% 이상을 투자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것을 보면 광범위 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나 ETF같은 패시브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투자의 지평이 아주 넓은 초장기 투자자에게는 시장의 단기적 변동성에 일회일비 하며 손절하는 것은 도리어 수익률을 깎아 먹는 짓이며,
추세 전환이나 시장 타이밍을 재는 행위, 그리고 분활 매매도 투자의 지평으로 봤을 때는 수익률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짓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뭔가 의미있는 조언을 뽑아 내고 싶다면 먼저 투자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둬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투자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이 책이 전해 주는 조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가 있거나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가령, 자신은 시장의 추세를 따라가는 추세 추종자이거나 스윙 트레이더인데 이 책의 조언처럼 손절을 하지 않는다면 계좌는 결국 망하고 말 것이다.(종목 위험과 체계적 위험 모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망하지는 않더라도 기회 비용 측면에서 수익률이 언더퍼폼할 확률이 높다.)
켄 피셔옹은 시장의 변동성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수익의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변동성은 위험이지만 이것을 이겨내고 장기로 가면 주식 투자의 위험성은 낮고 수익은 높다는 것을 역사적 데이타로 증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이 나온 년도가 2010년도인데 피셔옹의 조언대로 2010년도 부터 SPY와 글로벌 주식 VT에 거치식으로 분산 투자했다면 아마 지금쯤이면 놀라운 수익률을 거두었겠지.
뿐만 아니다.
책에서는 분활 매입 방식인 DCA(Dollar cost averaging)에 대해 주가 하락이나 상승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불필요한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가는 대개 우상향 하므로 조금씩 투자하여 단기적 변동성을 피하기 보다는 한 번에 투자하여 오래 가는 것이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백테스트 했을 때 얻었던 결과와 일치하는 주장이다.
추세 올라 탄다고 이동평균선을 이용해 골든 크로스, 데드 크로스 매매를 하든 rsi, macd 등 온갖 잡다한 지표로 샀다 팔았다를 해도 십중 팔구는 그냥 바이앤 홀드 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더 떨어진다. 그냥 잔 머리 쓰지 않고 한 번에 넣어서 우직하게 세월을 견디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가장 나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 주식 시장에서는 진리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나의 자산을 광범위하게 분산된 포트나 ETF에 한 큐에 넣고 변동성에 눈을 감은 채 10년, 20년을 견딜 수 있는가?
냉정히 말해서 이 책에서 암시하는 투자 방식이 더 큰 수익 쫓아서 개별 종목 찾아 다니며 깨작 거리는 것 보다 좋은 성과를 보일 확률이 높다.
개중에는 몇 번의 매매로 놀라운 수익을 거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장기로 가면 그 효과는 점차 감소하다가 결국 (자기 실력의) 평균으로 회귀한다.
그렇지만 매일 전고점을 갱신하는 미국 주식이나 3300 고점 찍고 내리막길 타고 있는 코스피를 보면 선뜻 한 방에 몰아 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주가 등락에 신경 쓰지 않고 세월을 낚을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몇 명이나 그럴 수 있을까?
"다만 이 방법을 쓰려면 가슴 졸이며 급락장과 급등장을 견뎌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내가 알기로 시장 수준의 하락을 겪어보지 않고 시장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한 사람은 없다. 장기 평균 수익률만큼 올리고 싶다면 하방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 머리로는 알겠는데 선뜻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미 말했 듯, 투자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초장기 투자자로서 입장을 정했다면 피셔옹의 제자(?)가 되어 그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면 된다.
그러나 단기적 변동성을 먹는 중단기 투자자의 정체성을 세웠다면, 이 책의 조언들은 크게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손절은 칼처럼 해야 하고, 분활 매도, 매수를 통해 위험을 기간에 따라 분산해야 하며, 투자하고 잠을 편안히 잘 수 있도록 변동성의 피해를 줄여 놔야 한다.
물론, 그런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할 때는 이 책에서 권고하는 바이 앤 홀드로 초장기 투자자를 능가하는 수익을 거둔다는 것은 희박한 확률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은 중단기 투자자가 아닌가. 호수에 빠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구리의 목을 무는 전갈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정했다면 미련없이 그 원칙대로 가야 한다.
그래도 오를 종목이라고 해서 올라탔는데 원금을 손실보자 이 종목은 per가 어쩌니 저평가니 하면서 갑자기 가치투자자로 입장을 선회하거나,
가치투자를 지향한다고 하고선 단기적으로 좀 급하게 올랐다고 냉큼 팔아 치우는 트레이더로 변모하는 박쥐같은 투자자 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투자의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 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실용적으로 얻을 것이 많다.
가령, 널리 알려진 정보는 효율적으로 할인하는 시장의 속성이라는 관점에서 per나 환율, 유가, 소비자 지수, 실업률 등의 경제 지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피셔옹의 설명은 참고할만 하다.
개인적으론 금융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이나 베타 지수, 위험 프리미엄 등 주식 시장의 수익률 모델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유익했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ERP)은 현재의 무위험 자산(국채) 수익률과 주당 순이익,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주식의 미래의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일전에 서평을 남겼던 '효율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이라는 책에서도 소개되었던 산식인데 피셔옹은 그러한 시도들은 '쓸데 없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현재의 배당 수익률과 주당 순이익 같은 것들로 지금으로 부터 7,10년 후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으며 그걸 기반으로 하는 장기 전망 따위는 미신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건 간혹 카페나 블로그 중에 배당 할인 모형, 현금 할인 모형(DCF) 등 현란한 산식을 통해 기업이나 주가의 적정 가치를 설명하는 글들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나는 그런 산식을 열심히 파고 드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당장 내년의 성장률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5~10년 뒤의 배당과 성장률을 가정해서 산출하는 기업, 주가 적정 가치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고 말이다. 그동안 내가 이해력 부족인건가 싶었는데 결국 그건 다 '미신'이라고 정리가 되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
책은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읽힌다.
원서 자체가 어렵지 않은 말투로 쓰인 부분도 있겠지만, 이것을 한글로 옮길 때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감안 하면 나는 번역자의 공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번역투의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었고 적재적소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옮긴이의 주를 달아준 것도 옮긴이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한 가지 흠을 잡자면, 한글판에서 정한 '투자의 배신'이라는 제목이다. 첫 눈에 제목만 봐서는 그 의미가 모호하다.
Debunkery가 '생각이나 믿음이 틀렸음을 밝힌다'라는 의미의 동사인 debunk의 명사형이니 그걸 감안하면 '투자의 미신', 혹은 '통념의 배신' 정도가 좀 더 정확한 제목인 듯 싶다. 그러나 '투자의 미신'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낸 피셔의 책과 겹치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잘못된 관념으로 투자를 하면 배신 당한다'라는 의미를 전달해 주기 위해 이렇게 제목을 정한 듯 싶은데 그렇게 썩 잘 된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 그것만 제외 하면, 이 책은 성공한 베테랑 투자자가 투자와 관련하여 유익한 지식과 지혜들을 읽기 쉽게 정리해 놓은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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